
생성형 AI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모델은 충분히 많고, 성능 역시 일정 수준에 도달했죠. 에이전트라는 개념도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터프라이즈 현장에서 AI 도입은 여전히 조심스러운데요. 단순히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운영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간 많은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검토했고, PoC 단계까지는 무난히 도달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시연 환경에서는 가능했던 것들이, 실제 업무 흐름 안에서는 자꾸 멈춥니다. 데이터 접근 권한, 승인 구조, 책임 주체, 예외 처리. 이 지점에서 AI는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구조의 문제가 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모델을 고르느냐가 아닙니다.
AI가 조직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가가 핵심이 되었습니다.
2026년을 향한 AI 경쟁 역시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성능 비교의 단계는 이미 지나갔죠. 앞으로의 경쟁은 운영과 실행력, 즉 AI를 ‘일하게 만드는 능력’에서 갈립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전환을 다섯 가지 흐름으로 정리하고, 왜 Applied AI가 엔터프라이즈 AI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1️⃣ Applied AI: 기술을 현장에 녹여내는 구조를 짜는 일
Applied AI는 새로운 기술 개념이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발전한 기술을, 실제 현장에 맞게 다시 배치하는 접근에 가까운데요.
지난 몇 년간 기업들은 AI 기술 자체를 빠르게 따라잡았습니다. 모델을 비교했고, 에이전트를 시험했으며, PoC를 통해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시도는 같은 지점에서 멈춰 섰습니다. 작동은 했지만,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AI가 들어갈 자리가 준비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Applied AI는 이 페인포인트에서 출발합니다. AI를 ‘쓴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AI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일을 다시 설계하는 것. 이것이 Applied AI의 핵심입니다.
누가 어떤 조건에서 AI의 결과를 승인하는지,
어디까지 자동화하고 어디서 사람에게 되돌리는지,
데이터 접근과 기록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어디에 귀속되는지.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어떤 AI도 ‘업무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Proof of Concept의 성공은 곧바로 도입 성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PoC는 가능성을 증명할 뿐, 운영 가능성까지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성패를 가르는 것은 PoC 이후의 단계, 흩어진 기술과 실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입니다.
Applied AI는 바로 이 연결을 목표로 합니다. 기술을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 AI를 도구가 아닌, 조직 안에서 역할을 맡는 존재로 만드는 일입니다.
2️⃣ Sovereign AI: 우리 기준으로 돌아가는 AI 체계
Sovereign AI(소버린 AI)는 원래 각 국가가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지키기 위해 등장한 개념입니다. 최근에는 이 개념이 기업 내부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빠르게 도입하며 가능성을 확인해왔습니다.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요약하고,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까지는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하지만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AI를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일 기능이 아니라, 조직의 일부로 작동하기를 기대하게 된 것입니다.
기업 환경에서 Sovereign AI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AI가 조직의 일부로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AI가 조직의 일부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기술의 기준도 함께 바뀝니다. 성능보다 맥락이, 기능보다 책임이 중요해집니다.
이 변화는 가장 먼저 데이터에서 드러납니다. AI가 다루는 정보가 늘어날수록, 데이터는 단순한 학습 재료가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과 책임을 떠받치는 자산이 됩니다. 금융, 의료, 공공 영역에서 데이터 레지던시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디에 저장되었는지보다, 누가 통제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모델에 대한 관점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범용 모델은 더 이상 완성된 해답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죠. 기업이 기대하는 것은 성능 자체보다, 자사 업무의 맥락을 이해한 판단입니다. 이를 위해 파인튜닝이나 RAG를 통해 내부 지식을 연결하고, AI의 출력이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설계합니다. AI의 답변이 ‘그럴듯한 문장’이 아니라, 업무 판단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조건인셈입니다.
인프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여전히 유용하지만,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온프레미스, 프라이빗, 하이브리드 환경을 병행하며 업무 특성과 비용, 보안 요구에 맞는 실행 구조를 만들어가는 흐름이 늘고 있습니다. 한 번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AI 운영 환경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 경쟁력이 됩니다.
다시 말해, Sovereign AI는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AI를 조직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한 전제 조건에 가깝습니다.
3️⃣ Ontology 기반 지식 체계: AI 품질을 좌우하는 구조
AI를 실제 업무 판단에 활용하려는 순간, 기업은 기술과는 다른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 답변을 믿어도 되는가, 그리고 그 판단의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그럴듯한 문장을 만드는 데는 탁월하지만, 항상 올바른 판단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금융, 법률, 의료처럼 결과에 책임이 따르는 영역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곧 리스크가 됩니다.
바로 여기서 기업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 Ontology 기반의 지식 체계입니다. 온톨로지는 단순한 데이터 정리가 아니라, 기업이 어떤 개념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구조로 표현한 것인데요.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RAG를 활용해 사내 문서를 AI의 답변에 참고시키고 있습니다. 환각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이죠. 다만 문서를 단순히 검색해 붙이는 방식만으로는 판단의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AI가 가져온 정보들 사이의 관계와 맥락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가 어떤 구조로 연결되어 있는가입니다. 사내 지식을 메타데이터와 그래프 형태로 조직화하면, AI는 단순히 문장을 조합하는 대신 맥락에 맞는 판단을 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개념이 조금 어려우신가요? 법률 자문 환경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온톨로지 없이 질문에 답하는 AI는 유사한 사례를 나열할 수는 있지만, 항상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는 못합니다. 반면 법령, 판례, 내부 규정을 구조적으로 연결해두면 AI는 질문의 맥락에 맞는 근거를 찾아 설명 가능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Applied AI 관점에서 보면, Ontology 기반 지식 체계는 AI의 판단력을 떠받치는 구조적 기반에 가깝습니다. 데이터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올바른 정보에 근거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이 구조는 가장 현실적인 투자이자,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4️⃣ Agentic AI: 업무의 일부가 되기 시작한 AI
에이전틱 AI. 요즘 AI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죠?
하지만 AI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유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기업이 생성형 AI에 기대해온 역할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챗봇이 질문에 답하고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였다면, Agentic AI는 다릅니다. 목표를 부여받고,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계획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실행 주체에 가깝죠. AI가 ‘응답하는 기술’에서 ‘일을 맡길 수 있는 존재’로 이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변화는 현장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지난 몇 년간 많은 기업들이 LLM 기반 챗봇을 도입했지만, 대부분은 제한적인 생산성 개선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Agentic AI는 특정 업무 영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세스 전반을 다루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흐름을 따라 판단하고 실행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가령, 인사(HR) 환경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온보딩 과정 전반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규정과 내부 지식을 바탕으로 질문에 답하고,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며, 관련 서류 작업까지 이어서 처리합니다. 금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리포트를 구성하고, 고객별 상황에 맞는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업무 맥락에 맞는 판단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하는가입니다.
물론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잘못된 판단의 위험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해서 최근에는 에이전트가 자신의 결과를 점검하고 수정하는 Self-Reflecting 구조가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고도화라기보다, 업무를 맡기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 가깝습니다.
당분간은 모든 업무를 아우르는 범용 에이전트보다, 특정 영역에 특화된 실용적 에이전트들이 먼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은 작은 성공 사례를 통해 신뢰를 쌓고, 점진적으로 역할을 확장해 나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5️⃣ AI 활용 성숙도: 기술보다 조직이 준비되어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기술은 빠르게 앞서가지만, 조직이 그 속도를 따라가긴 현실적으로 어렵죠. 모델의 성능은 이미 충분히 높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조직의 준비도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PoC나 파일럿 단계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전사 확산 단계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문제와 마주하게 되는데요. 보안과 규제, 비용의 예측 가능성, 모델의 신뢰성과 설명 가능성, 도메인에 맞춘 데이터 정비와 책임 구조…개별 기술로 해결되기보다, 조직 전체의 운영 방식과 맞물려 나타나는 문제들입니다.
PoC 단계에서는 문제없던 AI가, 운영 환경에 들어서자마자 흔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용자가 늘어나며 성능 저하가 발생하고,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 과정에서 복잡성이 드러납니다. AI가 실제 업무를 맡기 위해서는 ERP나 그룹웨어 같은 기존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지만, 많은 조직의 IT 구조는 아직 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람과 문화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AI의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면 AI는 자연스럽게 ‘보조 도구’에 머물게 됩니다. 이 때문에 AI 거버넌스와 사람과 AI의 역할 분담, 검증과 피드백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더 큰 모델을 확보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조직에 맞는 형태의 AI를,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범위로 활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최근 ‘Right-Sized AI’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무조건 가장 강력한 모델을 선택하기보다, 업무의 성격과 요구 수준에 맞는 해법을 선택하는 접근입니다.
AI 활용 성숙도가 높은 조직은 이 균형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술, 데이터, 인프라, 인력을 따로 보지 않습니다. 모두를 하나의 운영 구조로 엮어내고, 필요하다면 기존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는 선택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제 AI 도입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Applied AI가 의미를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치며: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시대
2025년을 지나며, 기업의 AI에 대한 태도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무엇이 가능한지를 묻던 단계에서, 무엇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묻는 단계로 이동했습니다.
하나의 거대 모델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던 접근은 한계를 드러냈고, 산업과 업무의 맥락에 맞는 AI를 찾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AI는 더 이상 범용 기술이 아니라, 각 조직의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2026년을 향해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의료는 정확도를, 금융은 지연 없는 처리를, 제조는 방대한 현장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AI 도입의 승부처가 산업별 맥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물론 모델 경쟁 또한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모델의 크기나 성능이 아닙니다. PoC는 출발점일 뿐이고, 성과는 운영 전환, 즉 실제 업무에 안착했을 때 만들어집니다.
이제 AI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격차가 벌어지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기술을 이해하는 조직과, 그 기술을 구조로 풀어낼 수 있는 조직 사이의 차이입니다.
Applied AI는 이런 맥락에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더하는 일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
결국 AI의 가치는, 현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